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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경
19세기말과 20세기초 러시아, 소수의 가진 자들과 다수의 없는 자들 사이에서, 또 전쟁으로 무너진 일상의 삶 속에서도 톨스토이는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하였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작품은 1885년에 출판된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이 단편 소설집에는 이 작품 뿐만 아니라 '사람은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와 같이 작가의 대표적인 단편 소설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미 ‘전쟁과 평화’를 출간 한 이후여서 작가로서 원숙한 시기에 이 작품이 집필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톨스토이의 말년에, 인생을 회고하며 정리한 그의 생각을 마치 한 편의 감동적인 동화처럼, 또 한편의 우화 같이 담담히 보여 줍니다. 이 소설은 상당히 짧으면서도 직접적인 표현 방법을 통해 주제 의식을 명확하게 드러낸다는 특징도 있다. 톨스토이의 작품은 ‘전쟁과 평화’ 와 같은 장중한 문학작품도 있지만, 이 책은 쉼이 필요할 때나 또 많은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할 때 삶의 기본을 가다듬게 만드는 힘이 되는 작품일 것입니다. 이 책 자체만으로도 알게 되는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무엇 때문에 살아가고 어떻게 살아가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궁긍적인 질문과 함께 읽게 되고 읽고난 이후도 끊임없는 의문으로 자문자답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등장인물과 줄거리
이 소설의 주인공 미하일은 천사입니다. 그는 하나님의 명령으로 인간 세계에서 살게 되는데 구두세공인 세묜과 그 아내 마트료나에게 신세를 지게 됩니다. 또 이웃이 남긴 두 여자 고아를 친자식처럼 키우는 마리아라는 여자가 등장합니다. 가난한 구두세공인 세묜은 얼마나 가난했든지 외투 하나로 아내와 함께 입을 정도였습니다. 어느 날 세묜은 외투를 사려고 계획하지만, 수포로 돌아가고 길에 쓰러진 어떤 남자를 집으로 데려옵니다. 부인 마트료나는 죄를 짓지 말라는 남편의 말에 없는 살림이지만 빵을 만들어 낯선 남자를 대접하고, 그 남자의 이름이 미하일입니다. 그는 세묜과 함께 숙식을 하며 세묜의 구두 세공일을 돕습니다. 세월이 지나 6년째 되던 어느 날, 모녀들이 구두 제작을 의뢰하는데, 그들은 오래전에 미하일이 두 여자 아이 어머니의 영혼을 데리러 갔다가 딱한 사정을 듣고 되돌아왔던 그들이었습니다. 미하일은 여기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자신은 천사였으며 하나님으로부터 세 가지 물음에 대한 답을 알아오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 세 가지 물음이란, 사람에게 무엇이 있는지, 사람에게 없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였습니다. 미하일은 자신을 받아준 세묜과 마트료나를 통해 사람에게는 사랑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장화를 의뢰한 신사로부터는 자신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리아를 통해서는,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합니다. 미하일은,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는 존재이지만 자신 스스로는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지 못한다며, 함께 사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떠납니다.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삶에서 기본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책을 다시 들게 됩니다. 다시 보는 책에서는 내용 한 줄, 한 단락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며 또다른 깊은 맛을 음미하게 됩니다. 미하일은 왜 벌거벗은 상태로 세묜에게 발견되었을까? 처음엔 하나님께 벌을 받은 상태를 의미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다시 읽게 되면서 벌거벗은 채로 태어난 쌍둥이들도 이웃 마리아의 사랑 덕분에 목숨을 건지고 성장할 수 있었다는 사실과 연결됩니다. 즉 미하일도 갓난 아기처럼 벌거벗은 상태가 됨으로써 인간에게 있는 사랑을 깨닫게 된디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하일이 불쌍하게 여겼던 쌍둥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 또한 사랑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모두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누군가의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줍니다. 이 소설의 마지막은, 하나님의 세 가지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은 미하일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세묜을 떠나는 장면입니다. 6년동안이나 숙식을 제공하고, 구두세공 기술을 전수해 줄 뿐 아니라, 무거운 과제까지 완수하게 해 준 세묜에게 미하일은 별다른 은혜를 갚지 않습니다. 톨스토이가 이런 결말을 낸 이유는 사랑의 본질적인 특성을 알려주기 위함입니다. 그가 말하는 사랑의 가장 중요한 속성은 바로 보답을 바라지 않는 무조건적 사랑, 즉 숨어있는 종교적 사랑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닐까 추론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