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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지금, 불확실의 허들을 넘고 싶다면 분초를 다투는 속도사회의 새로운 트렌드를 알아야 한다'라고 저자는 표지에서 언급한다. 또한 저자는 모든 학자들이, 많은 책들이'AI'와 '인공지능' '챗GPT'를 얘기하는 이때에 인간의 역할과 역량에 대해 얘기한다. 즉 다핵화, 핵개인화 시대에 개인과 사회가 적응하기 위한 방식과 또 AI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인간의 역할 찾기가 핵심 주제이다. 저자 김난도는 대학 교수, 트렌드 연구자, 컨설턴트, 작가, 유튜버이다.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유튜브 채널 트렌드 코리아 tv를 진행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2008년부터 출간하고 있으며, 올해의 트렌드 코리아는 유독 천천히 읽기를 권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과 이야기가 수도 없이 나왔지만 쳇 GPT만큼 우리에게 충격을 주는 것은 없었다. 그냥 평상시의 말과 글로 이루어지는 인공지능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AI는 자신이 내놓은 결과물을 평가할 수 없다. 그것의 점수를 매기고 그 결과물을 채택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몫이다. 미드 저니가 아무리 환상적인 그림을 그릴지라도 그 마지막 터치는 인간에게 남겨져 있다. 바로 화룡점정이다. 오롯이 인간만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두 배 속 사회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한 여백은 무엇인가?
키워드
첫째, 분초사회 (Don't Waset a Single Second: Time-Efficient Society)이다. 1분 1초가 아까운 세상, 가성비보다 시성비. 즉 시간의 가성비라 한다. 시간이 희소자원이 되며 모두가 분초를 다투며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분초사회'라 부르기로 했다. 단지 바빠서가 아니다.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이행하면서 초 단위로 움직이는 현대 플랫폼 경제에서 시간의 밀도가 높아진 것이다. 두 번째, 호모 프롬프트 (Rise of 'Homo Promptus')이다. 프롬프트는 AI에게 원하는 답을 구하기 위해 인간이 던지는 질문을 의미한다. 즉 인간이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AI가 내놓는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키워드는 '호모', 즉 인간으로 시작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AI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화룡점정의 역량은 사색과 해석력을 겸비한 인간만의 것이다.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메타인지 능력을 갖춘 인간만이 AI가 작업한 용의 그림을 완성시키는 '화룡점정'의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육각형 인간 (Aspiring to Be a Hesagonal Human)을 언급한다. 완벽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등 모든 것에서 하나도 빠짐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육각형 인간'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강박적인 완벽함의 반향으로 작용한다. 육각형 인간 트렌드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흔들리는 사회를 살아야 하는, 그리고 완벽을 지향하는 사회적 압박을 견뎌야 하는 젊은이들의 활력이자 절망이면서 하나의 놀이다. 네 번째 키워드는, 버라이어티 가격전략 (Getting the Price Right: Variable Pricing)이다. '일물일가'의 법칙은 사라졌다. 소비자의 지불 의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빅데이터의 활용과 실시간으로 모든 변수를 측정해 내는 AI의 발달은 시간, 장소, 유통 채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일물 N가"의 세상을 열었다. 소비자도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 이제 '최저가'가 아닌 '최적가'가 중요해지고 있다. 다섯 번째는, 도파밍 (On Dopamine Farming)이다. 놀이하는 인간의 의미로 호모 루덴스라는 용어가 있듯 재미는 늘 인간의 화두였지만 요즘만큼 재미를 좇는 일이 일상이 된 적은 없었다. 사람들은 재미를 모은다.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가 범람하는 오늘날 도파밍은 피할 수 없는 추세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도파민이 엑셀레이터, 세로토닌은 브레이크다. 진정한 행복에 이르기 위해서는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균형이 필요하다. 여섯 번째, 요즘남편 없던 아빠 (Not Like Old Daddies, Millennial Hubbies)이다. 결혼이 인생의 가장 큰 선택이 된 오늘날, 결혼 후 남자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전에 없이 달라졌다. '요즘남편 없던 아빠'라는 가정 중심 남편을 의미한다. 즉 권위적 가장에서 평등한 동반자로 역할이 바뀌어 간다는 것이다. 가사 노동과 육아, 가족 관계의 균형점이 이동하고 있다는 함축된 단어이다.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가정과 기업, 나아가 소비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이 트렌드에는 역설이 있다. 이러한 변화가 오히려 '결혼할 결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곱번쩨, 스핀오프 프로젝트 (Expanding Your Horizons:Spin-off Projects)이다. 스핀오프란, 사전적으로 누에고치에서 실을 잣듯이 '파생되다', '분리하다'라는 의미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쓰이던 스핀오프가 이제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비교적 저예산과 유동적인 전략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도해 보는 스핀오프는 기업 입장에서 실패에 대한 부담이 적고, 또 성공할 경우 예상 밖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변화의 시대, 스핀오프는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여덟 번째, 디토소비 (You Choose, I'll Follow: Ditto Consumption)이다. '나도'라는 의미의 'Ditto'가 소비 현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과잉의 시대, 나의 가치관과 취향을 오롯이 반영하는 사람, 콘텐츠, 유통 채널의 선택을 따라 하는 디토소비는 구매 의사결정에 따르는 복잡한 과정과 시간을 건너뛰어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디토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추종하는 것은 '사람'이다. 인플루언서의 구매에 동조하는 것은 물론, 전문가가 추천하는 상품에 주저 없이 구매 버튼을 누른다.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F0 B0(Fear of a Better Option), 즉 실패의 두려움을 줄이기 위한 손쉬운 방편인 디토소비가 뜬다. 아홉 번째, 리퀴드폴리탄 (Elasticity. Liqudipolitan)이다. 인구는 감소하고 광역 교통은 발달하는 현대사회에서 유목적 라이프 스타일을 구가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지역은 이동하고 흐르는 유연한 모습을 보인다. 즉 정주인구보다 관계인구의 방점을 찍는 유연도시 리퀴드폴리탄이 주목받는다. 리퀴드폴리탄은 대규모로 '짓는'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주체들을 '잇는' 프로젝트다. 불균형 발전과 지역 소멸을 우려하는 이 시대에 리퀴드폴리탄은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것이다. 열 번째, 돌봄 경제 (Supporting One Another: 'Care-based Economy)이다. 인간은 누구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존재다. 초개인화하는 나노사회, 1분 1초가 아쉬운 분초사회에서, 돌봄의 시스템화가 중요해졌다. 사회적 약자들만이 그 대상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돌봄은 이제 연민이 아닌 경제의 문제다. 돌봄 경제는 바로 나의 문제인 동시에 우리 조직과 사회의 경쟁력이다. 돌봄 경제는 누가 누구를 돌보느냐에 따라 배려 돌봄, 정서 돌봄, 관계 돌봄으로 나눌 수 있다.
후 기
코로나 19가 만들어 낸 일시정지 상황에서 빨리빨리를 외치던 대한민국이 이제 두 배 속 사회로 접어들었다. 유튜브와 ott 플랫폼, 각종 SNS가 쏟아내는 콘텐츠에 이목을 집중하는 사람들은 손에 든 휴대폰의 파워까지 합세해 막간의 침묵도 허용하지 않는다. 1분 1초도 지루한 걸 못 참으며 기승전 재미의 도파밍 삶을 추구한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구분 지었던 선들도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 가족 내 안사람과 바깥양반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초격차 사회에서 완벽함을 좇는 사람들은 아예 넘을 수 없는 기준을 세워놓고 육각형 인간 놀이를 즐긴다. 노력 없이 성공하고 싶다는 이들의 좌우명 앞에 고진감래와 자수성가는 설 자리를 잃었다. 챗GPT의 등장으로 인류에게 일격을 가한 생성형 AI 세상이 모든 화두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거대한 세상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인간만이 가진 역량은 무엇인가? 명료한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질문이 가능한 인간 호모 프롬프트에게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상당한 기간 인공지능이 따라올 수 없는 사람만의 영역이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AI가 기계적인 생산성은 월등히 높여줄 수 있겠지만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기대 수준을 맞추려면 인간의 역할은 여전히 필수적이며 어쩌면 더 중요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인공지능이 내놓은 비슷비슷한 결과물 속에서 어떤 휴먼 터치가 마지막에 더해졌느냐에 따라서 그 수준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